1. 한국 경마의 역사

우리나라에 서구식 경마가 싹트기 시작한 것은 구한말의 개화기 때인 1898년이다. 학생들의 나귀경주 또는 기병경마 등의 새로운 풍물이 선을 보였으나 완전한 근대 경마로 발전하지 못하였으며 경마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3.1운동 이후인 1920년께부터이다.
처음에는 서울.대구.평양.원산 등 대도시의 승마단체에서 경마를 주최하다가 1922년 서울에 사단법인 조선 경마구락부가 발족됨으로써 최초의 경마시행체가 등장하였다. 그로부터 한반도에서 시행된 경마의 역사는 70년을 헤아린다.
1923년부터 마권 판매가 인정되었으며, 법인구락부가 설립된 곳에서는 상설 고정 경마장을 갖는 등 경마가 자유롭게 시행되었다. 서울에 이어 1924년~1928년 사이에는 평양.대구.신의주.부산.군산에 차례로 법인 경마구락부가 인가되어 6개 도시에서 해마다 봄.가을에 경마를 시행했다. 서울의 신설동 경마장도 이시기(1928)에 개장되었다.
그후 1933년 조선경마령이 공포 시행되면서 경마는 법규에 의한 규제를 받게 되고 전국에 난립하였던 비법인 경마단체는 모두 해산하거나 경마를 시행할 수 없게 되었다. 전국의 법인 경마구락부를 통괄.조정하고 새행제도의 통일을 기하기 위하여 사단법인 조선경마협회가 1933년에 발족하였으며 오락 위주였던 초기의 경마가 말 생산정책과 직결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1937년 중일전쟁의 발발과 동시에 조선마정계획이 실시되면서 함흥.청진.웅기의 3개 경마구락부가 증설되어 1941년까지 전국 9개 법인 경마구락부에 의하여 9개 경마장에서 경마가 시행되었다.
이 시대가 한반도에서 경마 시행체와 경마장이 가장 많았던 시대이며 경마의 법제화가 이루어진 공인 경마시대였다.
뒤이어 1941년 12월 8일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태평양전쟁이 반발하고 1942년 2월 조선마사회령에 따라 조선마사회가 발족하면서 전국의 9개 경마구락부화경마협회는 해산되고 경마는 단일시행체가 된 마사회에 의하여 시행하게 되었다.
시행체의 통합은 효율적인 경마의 시행으로 마필자원과 경마정책 재원의 조달을 극대화하려는 것이었으나 전쟁이 가열되고 전세가 불리해짐에 따라 경마도 부진하여 군산.신의주.함흥.청진.웅기의 5개 군소 경마장은 차례로 폐쇄되어 군용지로 전용되었다.
이 때문에 경마는 1945년 봄까지 서울.대구.부산.평양의 4개 경마장에서만 시행되었다.
1945년 8.15광복으로 비로소 경마의 주도권이 한국인에게 넘겨져 순수한 한국인에 의하여 경마를 시행하게 되었다.
경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20여 년 만에 주체성을 회복하였으나 광복 후의 우리나라 경마는 해방의 혼란과 6.25전쟁 등의 시련의 연속으로 오랫동안 고전했다. 20여 년간 일본인 주도하의 경마에 대한 민족적인 저항의식은 해방 후까지 우리나라 경마 성장에 두고두고 저해요소가 되었다.
8.15 이후 국토의 분단으로 전국의 9개 경마장 중 남한에는 서울.부산.대구.군산의 4개 경마장이 있었으나, 이들 경마장은 해방과 더불어 부산.군산은 미군이 점용하고 다시 6.25를 겪은 후 주택지 또는 농지로 탈바꿈하였다. 그리고는 휴전 직후인 1945년 새로 개설한 뚝섬경마장이 우리나라의 유일한 경마장으로서 명맥을 이어왔을 뿐이다.
전화에 시달리고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면서 국력이 쇠진하고 국민소득 수준이 낮은 것과 비례하여 경마도 오랜 불황을 벗어나지 못했다. 개량종 마필의 국내 생산 중단과 수입의 단절 등에 의한 경주마 부족으로 1945년~1965년까지 약10년간은 볼품없는 재래종 조랑말 경마시대를 이루었다.
1961년 5.16군사쿠데타 후 비로소 한국마사회법이 공포되고 경주마난과 불황타개를 위한 온갖 개선책이 모색되다가 결국 1966년부터 민자유치에 의한 시설투자제도가 도입되고 외국산 경주마의 수입이 본격화되어 경주마난은 한결 해소되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때 민자유치에 따른 소수 독점마주제가 되고 덕마흥업(주)에 의한 시설 임대차 제도는 허다한 득실과 함께 많은 부작용을 경험하케 하였다.
70년대에 와서 국력의 비약적인 신장과 국민소득 수준의 향상에 따라 레저산업이 활기를 띠면서 경마도 급성장을 시작하여 광복 후 경마의 주체성을 회복한 이래 30여 년 만에 한국 경마는 비로소 성장궤도에 나서게 되었다.
1972년 민자에 의한 마필과 시설일체를 마사회가 인수함으로써 경마의 체제는 단일시행체, 단일경마장, 단일시설, 단일마주에 이르는 마사회 단일체제가 형성되었다.
70년대는 한국 경마가 후진성을 탈피하고 중진국대열에 선 중요한 시대였다. 해방 이후 줄곧 부채에 쫓기고 기본재산의 처분으로 연명해온 적자 경마를 흑자 경마로 전환시키고 경마의 공정성 회복에 온갖 노력을 경주하면서 사회에의 기여도를 높였다. 특히 1980년의 ARC(아시아 경마회의) 서울대회를 계기로 밖으로는 국제적인 지위를 확립하고 안으로는 고도성장의 기틀을 마련해 나갔다.
1983년에는 한국 경마의 해묵은 숙원사업이던 전산화 준비가 완료되어, 84년부터 시행에 돌입하게 됨으로써 바야흐로 60여 년간 수동 업무시대의 막을 내리고 컴퓨터 시스템에 의한 토탈리제이터시대로 접어드는 경마사의 새 장이 펼쳐졌다.
또한 종전 흑백영상의 지점의 경마중계도 칼라화로 전화되고 계속적인 인식개선으로 경마가 대중화되면서 85년 이후에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지점을 증설 운영하는 한편 경마의 대중화 추세에 부응하여 운영 형태를 개선한 자회사 설립을 계기로 지방지점 확산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특히 1985년 원당에 종마목장을 개설, 1981년 이후 민간목장 육성과 함께 국산마 생산 실현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게 되었다.
정부는 올림픽 이후의 시설 활용도를 고려하여 올림픽 승마경기를 치른 후 승마 경기장 시설을 경마장으로 활용한다는 조건으로 한국마사회를 올림픽 승마 경기장 건설자로 지정하였다. 이에 마사회는 서울 근교인 과천지역에 35만 평의 부지를 확보, 84년부터 88년 4월까지 올림픽 승마 경기장 겸 경마장을 건설하였고 올림픽이 끝난 후인 89년 9월1일 현대식 시설을 갖춘 새 경마장에서 첫 경마를 시행함으로써 1954년부터 36년간 경마를 시행해 온 뚝섬경마장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리하여 90년대를 맞은 한국의 경마는 그동안 이룩한 외형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공정경마구현, 경주 질의 개선, 개인마주제 전환 등 내적인 충실을 기함과 동시에 지방경마장 건설과 수익금의 사회환원을 통해 경마대중화를 실현해야 할 과제를 안고 90년 8월에 한국마사회법을 전면 개정하여 경마의 발전과 사회여건 변화에 대응하고 선진 경마로 발돋움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천연기념물 제347호인 제주 조랑말 보호육성 차원에서 한라산 기슭에 20여만 평의 부지를 확보하여 87년 10월 제주경마장 건설에 착공, 90년 10월부터 조랑경마를 시행하고 있으며 96년 개장을 목표로 영남권내 제2지방 경마장 건설을 추진중에 있어 90년대 들어 본격적인 지방 경마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92년 1월 1일부로 마사회의 정부 감독부서가 문화체육부로 이관됨에 따라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아 국민적인 대중 레저 스포츠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 경마의 수준은 후진성을 면치 못해 다양한 정책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