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절(飛節)

비절은 아마도 말의 몸 중에서 가장 힘든 운동을 하는 관절일 것이다. 따라서 크기도 충분해야 될 뿐만 아니라 강해야 한다. 관절이 크고 관절면이 넓을수록 충격흡수 정도가 좋다
좁은 관절보다 넓은 관절은 확실히 충격에 대한 손상이 적다. 비절은 단단하고 구분이 명확하며, 내측은 평편하고 외측은 약간 둥글게 튀어 나온 것이 좋다. 적당한 각도가 중요하다. 말이 바르게 서 있을 때 후지는 후방에서 보아 양 다리가 균형이 맞아야 하며 각각 수직으로 똑바로 서 있어야 한다.(그림 참조)
양쪽의 각 궁둥이 끝을 기점으로 내려 그은 가상 수직선이 각각의 다리를 정확히 양분하는 지세가 좋다. 옆에서 볼 때는 궁둥이끝에서부터 내려 그은 가상 수직선이 비절의 끝과 중족골 후면을 나란히 스치며 지면과 직각을 이루고 있는 것이 좋다.
그것이 비절의 가장 이상적인 각도이다. 만일 비절의 각도가 너무 크거나 또는 작으면 문제가 되기 쉽다.
옆에서 볼 때 후지가 너무 쪽 곧으면 비절의 앞쪽 관절낭이 과다하게 당겨져 비절 연종이 생기기 쉽다. 이런 형태의 다리는 심한 운동을 하게 되면 쉽게 고장이 난다. 슬관절과 비절은 동시에 움직이며 각도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비절의 각도가 너무 크면 슬관절도 변위 또는 슬개골이 상방 고정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그렇게 되면 말은 후지를 뒤로 뻗치고 있으며 슬관절과 비절을 구부리지 못하게 된다. 만일 증상이 잘 회복되지 않고 만성적으로 진행하게 되면 관절염의 원인이 된다.
반대로 각이 너무 심하게 굽은 비절은 관절 후방의 인대를 과도하게 당겨서 비절 후종의 원인이 된다. 굽은 비절은 운동기 질환을 유발시킬 뿐만 아니라 주행속도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속도 측면에서는 굽은 비절보다 곧은 비절이 차라리 낫다. 굽은 정도가 심할수록 운동시 힘은 힘대로 들면서 속도는 떨어진다. 그러나 곧은 비절은 보폭이 크고 시계추같이 쭉 뻗어 길게 내딛게 되므로 속도가 빠르다.
후지의 후답지세란 중족골은 수직상태이지만 말의 궁둥이보다도 뒤쪽에 말굽을 딛고 서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말도 역시 주행속도가 빠르지 못하기 때문에 경주마로서는 부적격이다.
그 이외에도 후지의 불량한 지세로는 광답지세, 협답지세, X형지세 또는 O형지세 등이 있다. (그림 참조)

말을 후방에서 볼 때 협답지세인 말은 항시 양 말굽을 가깝게 모으고 서 있다. O형지세의 말은 말굽은 협답인 반면 비절은 서로 넓은 간격으로 벌어져 있다. X형지세는 O형지세의 반대 형태이다. 이런 지세는 일반적으로 과다 근육형의 말에서 잘 나타는데 비절과 구절 그리고 관련된 인대 및 뼈에 심한 스트레스를 준다. O형지세든 X형지세든 간에 비효율적인 다리의 운동으로 에너지만 낭비하고 잘 달리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광답지세란 평상시 발을 넓게 벌리고 서 있는 지세를 말하는데 광답지세의 대부분은 X형지세를 동반한다. 양 비절 사이는 가깝고 양 말굽 사이는 서로 멀게 벌리고 서 있는 형태이다. 상태가 심하면 비절의 측면에 스트레스를 주어 비절 연종을 일으킨다.
X형지세인 말들은 측면에서 보면 굽은 비절인 경우가 많다. 비절에 문제가 있는 말들은 뒷걸음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비절이 심하게 비틀리기 때문이다.
말의 지세나 말굽이 잘생겼다면 운동시 발생되는 충격을 잘 분산시키기 때문에 어떤 특정 부위에 과도하게 충격을 주거나 스트레스를 입히지 않는다. 지세가 불량하면 어떤 일부에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결국에는 파행, 만성적인 운동기 질환 또는 아주 못 쓰게 되는 손상을 초래하게 된다.
좋은 지세의 말은 좀더 빨리 달릴수 있으며 또는 덜 지치고 오래 달릴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다치거나 고장날 확률이 적다는 것이다. 물론 지세가 불량한 말이라도 잘 달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가장 안전한 투자는 지세가 잘생긴 말에게 거는 것이다. 생김새는 다음 세대에 유전도 되기 때문이다.